지난 글에 이어 이번 글에서도 나만의 스트레스 관리 방법 중 하나인 ‘나와 나눈 이야기’를 계속해 보겠습니다. 앞서 나눈 대화를 더 깊이 이어가며, 단순히 엄마를 돌보는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얼마나 큰 책임감과 불안이 자리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목차
대화 내용 핵심 정리
지난 대화에서는 엄마를 돌보는 일이 힘든 이유가 단순히 해야 할 일이 많고 육체적으로 피곤하기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고통을 함께 느끼고, 내가 어떻게든 엄마의 상태를 더 나아지게 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까지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번 대화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엄마의 감정과 건강, 그리고 결과까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느끼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감정적인 경계와 보호막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스트레스 관리 방법 : 나와 나눈 이야기-2
A : 그래. 이 상황을, 엄마의 상태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어. 엄마 스스로가 고통스러워하며 받아들이지 못하시니까, 나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못했어. 매일 이 상태에서 벗어날 연구만 했어. 엄마의 고통을 '환영받지 못할 손님'쯤으로 여긴지도 몰라. '왜 아직 안가나? 언제까지 있는 거지? 빨리 좀 가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야.
고통이 찾아왔을 땐 그냥 좀 고통 속에 머물러야 하는데 말이야. 어쩌면 고통이 우리에게 찾아온 데에도 이유가 있을지 모르잖아. 하지만 이미 우린 충분히 고통스러워. 몇 년간 정말 내 인생에 다시없을 고통을 매일 느끼고 살았어.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정말 신께 여쭤보고 싶어.
B : 오.. 가엾어라. 그래도 그 고통을 쫓아내야 할 벌레로 여기지 않고, 환영하진 못해도 손님으로 여기고 있으니 언젠가 충분히 머물면 가시겠지? 안 그래?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너도 잘 알잖아. 근데 말이야. 혹시 엄마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네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느껴?
A : 맞아. 그런 것 같아. 언젠가 미래에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어. 나중에 후회와 미련이 남아서, 더 해주지 못한 걸 고통스러워할까 봐 지금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
엄마가 아프면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내가 더 알아봤어야 했나, 뭔가를 놓친 건 아닐까, 내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그게 사실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마음이 든다는 거야.
B : 그러면 네가 짊어진 건 단순한 돌봄의 책임만이 아니야. 엄마의 건강과 결과까지 네가 책임지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무게까지 감당하려니, 너의 에너지가 다 소진될 수밖에 없잖아. 그 방법은 옳지 않다는 걸 네가 더 잘 알고 있어. 그건 지속 가능하지 않아.
A : 맞아. 모든 걸 내가 책임질 수 없고,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데 이런 상황이 되었어. 다른 가족들의 무심함이 내 어깨에 이렇게 큰 짐을 지우기도 했지. 이건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 안엔 거기에 대한 깊은 분노도 있어.
B : 그래. 내가 너의 그 고통을 너무 잘 알아. 가족 간의 인연이 모두 똑같지 않아. 누구와는 아주 깊은 인연이 있고, 누구와는 그렇지 않기도 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살면서 많이 겪었을 거야.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와 ‘내가 결과까지 만들어낸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잖아. 알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엄마의 고통을 전부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건 같은 뜻일까?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의 고통과 네 감정을 조금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을까?
A : 쉽진 않지만 조금씩 해나가고 있어. 내가 엄마를 아픈 내 자식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는데, 자식이라 하더라도 내가 강하지 않으면 자식을 제대로 돌볼 수 없잖아. 나이가 들면 다 아이가 된다지만, 부모를 내 자식처럼 여길 필요는 없어. 그분들의 육신은 비록 젊을 때보다 약해졌을지 몰라도, 그 안에는 내가 모르는 단단한 내면이 있어. 내가 걱정하는 것처럼 나약한 분들이 아니야.
B : 맞아. 이 돌봄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경계가 필요해. 그 경계가 꼭 물리적인 경계를 의미하는 건 아니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힘들 때 정신적인 보호막을 가동해.
A : 그래. 사실 나는 보호막이 있는데 그걸 가끔 잊고 가동하지 않을 때가 있었어. 나만의 포근하고 따뜻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이 있거든. 그 안에 있으면 외부의 어떤 소음도 방어막에 부딪혀서 다 튕겨져 날아가는 기분이고, 아주 멀리서 아련하게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 나는 사실 그 공간에 자주 머물곤 했어. 가끔 잊기도 했네. 다시 보호막 가동해야겠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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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나와 나눈 이야기’를 통해 엄마의 건강과 결과까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느꼈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결과까지 책임지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엄마의 고통을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적절한 경계를 세우고, 필요할 때 나만의 보호막을 가동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한 경계선 설정은 상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치지 않고 오래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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