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정화 방법에는 감정 일기처럼 글로 표현하는 방법도 있지만, 글쓰기가 어려운 순간도 있습니다. 이럴 때 내면아이와 대화하며 마음속 감정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가 감정을 토로할 때, 그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주는 존재가 되어보는 방법입니다.
목차
감정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
제가 감정 일기만큼 자주 활용하는 방법은 마음속의 감정과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감정 정화 방법으로 감정 일기 쓰기를 가장 먼저 추천했습니다. 머릿속에 뒤엉킨 생각과 감정을 글로 꺼내어 적고, 그것을 다시 눈으로 바라보는 과정은 감정과 나 사이에 거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글로 남겨두면 나중에 다시 꺼내어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글쓰기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편한 것은 아니고, 글을 쓸 수 없는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활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마음속으로 그 감정과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저는 공원에서 걸을 때 이 방법을 자주 활용합니다. 출퇴근길에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설거지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집안일을 할 때도 가능합니다. 몸은 단순한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순간이라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운전 중에는 이런 식으로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익숙한 길이라도 운전할 때는 주변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황이 된다면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질문하고 대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적어보는 방법도 좋습니다.
감정을 먼저 충분히 느껴야 할 때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최근 계속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거나 이유 없이 불편한 감정이 반복된다면, 잠시 그 감정에 말을 걸어보는 것입니다.
‘지금 계속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 같은데, 오늘 그 얘기를 한번 해볼까? 어떤 얘기든 해도 좋아. 판단 없이 그냥 들어줄게. 다 얘기해 봐. 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꺼내서 보여줘도 괜찮아. 여긴 안전해.’라고 떠올리면, 마음속의 또 다른 내가 힘든 감정을 토로하기 시작합니다.
판단 없이 들어주고, 바라봐 주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줍니다. '그래. 그래서 화가 많이 났구나. 넌 단지 친절을 베풀었을 뿐인데, 이용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속상했겠구나.’ 이때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판단하거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 감정이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쑥불쑥 습관처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에고의 목소리가 끼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억압하고 저항하는 것보다는 ‘판단하는 자아가 목소리를 내고 있구나’ 하고 그냥 알아차려주면 됩니다.
처음에는 마음속 대화를 나누는 그 친구가 화가 나서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혹은 슬퍼서 울고 있는 목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처음부터 그 감정을 억지로 떨어져서 바라보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감정을 충분히 꺼내야 하는 순간에는 내가 그 감정 자체가 되어 마음껏 울고, 화내고, 속상한 이야기를 쏟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다른 내가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식으로 혼자 하는 1인 2역 역할극처럼 생각해도 좋습니다. 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고 받아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어느 순간 목소리가 조금씩 차분해집니다. 처음에는 아주 크고 강하게 느껴졌던 감정이 점점 잦아들고, 어느 순간 그 감정이 더 이상 나를 강하게 흔들지 않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내면아이와 대화하며 감정 바라보기
그렇다면 마음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누구일까요? 꼭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부분도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설정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내면아이는 꼭 어린 시절의 특정한 상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내 안에서 화를 내고 있거나, 슬퍼하고 있거나, 두려워하고 있는 감정을 마치 하나의 존재처럼 바라보는 것입니다.
내면아이와 대화한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조금 더 큰 존재가 되어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 부모나 보호자가 속상해하는 아이를 달래주듯이 말입니다. 또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설정해, 이미 한층 더 성장하고 치유된 미래의 내가 상처받은 과거의 나를 다독여주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그래, 많이 속상했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어. 네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이야기해도 괜찮아. 내가 들어줄게.’
이렇게 내면의 감정에게 말을 건네다 보면, 평소에는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감정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감정에 휩쓸려 있는 내가 아니라, 그 감정을 바라보고 들어주는 내가 함께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내면 아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하나의 인격체처럼 생각하는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상위자아나 수호천사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의 힘든 감정을 충분히 토로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받아주는 존재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어떤 설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감정을 바라보는 위치와 대화의 방식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거창하게 상위자아나 수호천사를 설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면아이와 대화를 나누듯 내 안의 감정을 하나의 존재처럼 바라보고 그 감정과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존재를 설정하느냐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외면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충분히 바라봐 주고 들어주는 것입니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반복하기
이런 마음속 대화는 꼭 정해진 순서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에는 감정이 너무 강해서 먼저 그 감정 자체가 되어 마음껏 울고, 화내고, 속상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감정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한 발 떨어져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관찰자의 시선, 제3자의 시선으로 내 감정을 바라보면 감정에 휩쓸려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내 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문제는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같은 고민을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의외로 그 친구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도 쉽게 알아차리곤 합니다.
감정과 나 사이에도 이런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때 대화 상대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자신에게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면아이를 달래주듯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고, 과거의 나를 바라보며 지금의 내가 말을 건넬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는 상위자아나 수호천사처럼 조금 더 깊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감정 정화 방법이든 한 번에 완성하려고 하기보다 그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과 속도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고,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바라보는 위치를 조금씩 바꿔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화 역시 한 번 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반복하다 보면 처음에는 크게 느껴졌던 감정도 조금씩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나에게 맞는 감정 정화의 방법도 찾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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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이번 시간에는 감정 정화 방법 중 하나인 내면아이와 대화하며 감정을 들여다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감정 일기처럼 글로 표현하는 방법과 달리, 걷거나 집안일을 하는 등 몸은 단순 반복적인 행동을 하면서 마음에는 여유가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감정이 크게 올라올 때는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주고, 어느 정도 감정이 가라앉으면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감정을 내면 아이처럼 하나의 존재로 바라보고 대화를 이어가며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줍니다.
일상 속 틈나는 시간마다 이런 감정 정화를 꾸준히 해주면, 불편한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내 마음을 조금 더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더라도 내 감정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꾸준히 들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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